푸른 5월 노천명
청자빛 하늘이
율모정 탑 위에 그린듯이 곱고
연못 창포잎에
여인네 맵시위에 감미로운 첫 여름이 흐른다.
라일락 숲에
내 젊은꿈이 나비처럼 앉는 정오.
계절의 여왕 5월의 푸른 여신 앞에
내가 웬일로 무색하고 외롭구나.
밀물처럼 가슴속으로 몰려드는 향수를
어찌하는수 없어
눈은 먼데 하늘을 본다.
긴 담을 기고 외딴길을 걸으며 걸으며
생각이 무지개처럼 핀다.
풀 냄새가 물큰
향수보다 좋게 내 코를 스친다.
청머루 순이 뻗어 나오던 길섶
어디에선가 한 나절 꿩이 울고
나는 활나물 호납나물 젓가락나물 참나물을 찾던
잃어버린 날이 그립지 아니한가 나의 사람아.
아름다운 노래라도 부르자
서러운 노래를 부르자.
보리밭 푸른 물결을 헤치며
종달새모양 내 마음은
하늘 높이 솟는다.
5월의 창공이여
나의 태양이여.
푸른 5월이였다. 연한 연두색, 진한 연두색,연한 초록색, 진한 초록색이 섞여있는 보라매 공원은 신록예찬으로 가득차 있었다. 나무들의 색깔이 너무도 아름다워서 복지관으로 가는 발걸음도 사뿐사뿐, 콧노래가 저절로 나오고 있었다. 계절의 여왕 5월은 이렇게 우리를 매혹시키고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공원에 나와있었고, 아마 그들도 나처럼 행복함을 느끼리라...
복지관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위에 있는 거대한 꽃 그림을 보면서 이걸 정말 지적장애인학생들이 그렸을까? 라고 살짝 의심했는데 수업을 마치고 난 후, 지적 장애인들이 나보다 그림을 더 잘 그릴 수 있으며, 벽 위의 그림은 그들의 빛나는 위대한 작품이라는 것을 확신할 수 있었다. 왜냐하면 난 그들의 그림 그리는 실력을 직접 봤으니까...
새로운 사람이 3명 왔다. 지적장애인 1명, 커뮤니티 친구 1명, 공익요원 1명. 새로온 지적장애인 친구는 달리는 전차였다. 나눠주는 종이마다 마구 휘갈겨버려 순식간에 낙서장으로 만들어버렸다. 색연필도 마구 휘저어버려 맞은편의 택현이가 어버버버하는 말로 혼내기까지 했으니 말이다. 그의 머리는 얼마나 손상이 된 걸까? 슬펐다.
택현이는 시종일관 차분하고, 꼼꼼하게 색칠하고 있었다. 색연필도 하나하나 조심스럽게 잡아서 그리는 모습을 보면서 오늘도 나의 스승이 여기 앉아있구나... 하며 반성했다. 택현군은 예의와 염치, 심지어 배려라는 덕목을 알고있었다. 정상적인 인간들도 가지기 힘든 덕목들을 그는 교육을 통해 배운것이다. 교육이라는 거대담론을 논하는것 보다 내 눈 앞에 있는 야생상태의 학생과 택현군의 모습이 가르친다 라는 말을 직접 보여주고 있었던 것이다 지방선거가 코앞이다. 장애인이 살기가 좋은나라도 있다던데.....